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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과음한 탓에 새벽 4시쯤 눈이 떠졌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씻지도 않고 옷도 그대로 침대에 몸만 눕혀서 자고 있었다. 이제 20대도 아닌데 이렇게 취해서 자빠져 자다니... 부모님이 아시면 통탄할 일이다. 어쨌든 정신이 좀 들어서 술취해서 샀던 안주들을 냉장고에 넣고 핸드폰과 보조배터리도 충전해두었다.

아침에 술이 완전히 깨보니 더욱 어이가 없었는데 그 취한 마당에 ㅈㅇ언니에게 선물로 줄 앤톤이 샀던 키링 사겠다고 돈키호테까지 비틀거리며 다녀왔던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서 발음을 조심해야하는 쟈-지 푸딩을 샀는데 집에 오는 길에 까먹고 편의점에서 또 푸딩을 사서 아침에 해결해야하는 푸딩이 2개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쟈-지 푸딩은 존재가 잊혀져 약 6시간정도 상온보관 된 상태... 뭐 어쩌겠어. 어차피 숙취 때문에 도저히 먹질 못하겠어서 캐리어에 박아두었다.

나갈 준비를 하고 짐을 싸다가 거의 9시가 다되어가기에 일단은 호텔을 나섰다. 발걸음도 가벼운 빵 사러 가는 길. 나가사키도 라는 버터케이크 집인데 전날 우와사노오뎅바에서도 맛있다고 하셔서 오픈런을 하기로 했다. 전날 많이 걷고 만취까지 한터라 피곤할까봐 걱정했는데 또 그새 회복이 되었는지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이 좋았다.

공사중인 오코노미야끼무라

 
걷다보니 오꼬코미야끼무라를 지나게 되었다. 유명한 가게를 선택해서 가다보니 들를일이 없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봐서 좋긴 했는데 때마침 공사중이었다.
 

 
나가사키도에는 9시 되기 좀 전에 도착했는데 앞에 일본인만 - 추정이지만 - 7분 서 계셨다. 그리고 오픈시간 10분전에 문 열어주셔서 빠르게 구매했다. 

 
카페가 아니라 판매점이기 때문에 가게 자체가 크지 않으며 메뉴도 딱 한가지, 버터케이크 뿐이다. 다량으로 사가는 손님도 제법 있었고 택배주문하러 오신분도 계셨다.


 짜잔- 2023년 타베로그 백명점에 뽑힌 가게입니다. 현재 타베로그 평점은 3.67 정도다.
 

 
한국가서 먹을 생각으로 작은 사이즈 하나만 샀다. 원래라면 오픈런한게 아까워서라도 큰사이즈를 사거나 갯수를 여러개 샀을텐데 작년에 일본을 여러번 온 이후 나는 쉽게 질려해서 수량을 많이 사면 결국 남아서 버리게 된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즐거운 기분과 다르게 아침에 먹은 비타민 조차도 속에서 받지 않는건지 더더욱 힘들어졌다. 가는 길에 로손이 있길래 액체로 된 헤파리제 중에서 제일 비싼걸 샀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계산하러 가면서 본능적으로 술 코너를 살피는 나를 알아채서 좀 웃겼다.
 

패딩이 드럽네...


겸사겸사 로손 구경을 좀 했다. 책 코너에 너무 마음에 드는 스누피 바구니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스르륵 사버림. ㅈㅇ언니에게도 주고 싶어서 한 개 더있는지 물어봤는데 라스트원이라고... 언니 미안해요 제꺼에요...

그렇게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후다닥 정리했다. 사실 지금 짐을 싸는게 아무 의미가 없는게 결국 호텔 로비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사케를 넣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려 5병이나 더. - 2병은 캐리어에 일단 넣었으므로 사케가 총 7병 - 어쨌든 대충 챙겨서 입에 헤파리제와 오타이산을 때려넣고 호텔 프론트에 짐 맡기고 후다닥 나왔다. 바쁘게 나온 이유는 호텔 근처 맛집인 오코노미야끼 핫쇼에 가기 위해서.
 


오코노미야끼 핫쇼. -  이름 비슷한 다른 가게가 있으므로 주의 요함 - 무려 히로시마 오코노미야끼 가게 중 타베로그 평점 1위에 달하는 대단한 곳이다. 유명한 곳이다보니 평일에도 웨이팅이 있다는 리뷰가 많았고 재료 떨어지면 문닫는다고 해서 원래는 10시 되기 20분 전쯤 도착할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9시 55분쯤에 도착했다. 다행히 앞에 4팀정도밖에 없었고 오픈도 쪼금 빨리 해주셨다.
 

 
메뉴를 보니 추천 메뉴에 표시를 해두셨기에 그걸로 먹기로 했다. 소바, 우동, 야채만 중에 고를 수 있는데 소바가 추천이었고 토핑은 오징어튀김과 파가 추천이었다. 그래서 그 세가지 조합을 시켰다. 원래라면 맥주를 시켰어야했는데 속이 안좋아서 도저히 시킬 수 없었다. 옆에서 시킨 굴구이도 너무 맛있어보였지만 그것도 포기ㅜㅜ

 
수북이 쌓인 양배추와 숙주. 고기는 단 2점. 역시 이카텐을 추가하길 잘했다.
 

 
반죽 위에 케챱으로 글씨를 써서 메뉴를 구분해두었다. 두글자가 아마도 우동에 모찌추가, 아래가 모찌로 보인다.
 

 
가게 티셔츠 같은데 고양이가 귀여워서 찍어봄.
 

 
조리 시간이 좀 걸린다. 나보다 먼저 들어온 팀에게 먼저 음식이 나가고 나는 조금 더 기다려야했다. 15분정도 기다려서 받은 오코노미야키. 메뉴를 시킬 때 까지만 해도 속이 안좋아서 먹을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한 입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숙취고 뭐고 모르겠고 일단 흡입하기 시작했다. 약간 덜 익힌듯한 면이 철판에 눌어붙으면서 바삭바삭해진게 일품이었고 도착하자마자 먹었던 코시다보다 간이 세서 더 취향에 맞았다. 파 추가는 너무 잘한 선택이었는데 파 냄새가 향긋하게 나며 무겁거나 느끼해질 수 있을만한 요소를 깔끔히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들어있는 고기 정도로는 씹히는 맛이 별로 안날 것 같아서 토핑은 많이 추가할수록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먹다보니 가게 안이 너무 더워서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려야했다. 그리고 양도 아주 많음. 대식가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남길까 말까 고민했다. 남기면 나중에 생각날 것 같아서 결국 다 먹긴 했다. 
 


이제는 관광의 시간. 오늘은 평화기념공원과 미술관, 백화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히로시마가 생각보다 큰 도시라 미술관도 세 곳, 백화점도 세 곳이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얼마나 될지 알 수가 없어서 일단은 가고 싶은 순서대로 가보기로 했다. 일단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히로시마까지 왔으면 원폭돔까지는 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던 은행인데 이름이 모미지은행이다. 모미지만쥬가 유명한 동네답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몇분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사실 걸어가도 될 거리이긴 했지만 전날 많이 걸어서 체력을 비축해둘 필요가 있었으므로 기꺼이 돈을 내고 버스를 탔다. 
 

 
길 건너서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멈추었던 분수가 다시 나왔다. 이번 여행은 확실히 운이 좋네. 분수 이름은 기도의 샘이라고 한다.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평화를 기도하는 의미겠지?
 

 
그리고 분수 앞쪽에 위치한 폭풍 속 모자상. 아주 강렬한 느낌이 드는 동상이다. 
 


옆쪽에는 종이학과 헌화가 놓여있다.
 

 
공원은 전반적으로 아주 넓으면서 평화로운 분위기 였는데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과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정문 오른쪽으로 평화기념박물관이 있었는데 관람은 하지 않았다. 다녀온 다른 사람들 말에 따르면 일본의 피해상황을 처참히 묘사해놓긴 했지만 결국 그 전쟁이 누구로 인한 것인지 거의 표시가 되어있지 않다는 이야기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아졌다. 물론 일반 사람들이야 전쟁의 희생양이 된 것은 맞지만 그래도 역사는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일본은 분명한 가해자이므로 이런식의 전시는 피해자 코스프레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본인들이 전쟁 일으켜놓고 갑자기 평화 어쩌구저쩌구 해봤자 우스울 뿐인데 괘씸하게 입장료까지 받아먹으니 내가 가고 싶겠어 안가고싶겠어?! 건물에 들렀다가 화장실만 쓰고 나왔다.
 
어쨌든 같은 전범국가인 독일과 확실히 비교되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베를린에 학살된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 이라는 장소가 있는데 그 아래쪽 박물관에 들러보면 나치의 잔혹함과 피해상황을 그대로 서술해놓은 반면 일본은 잘못한 점을 숨기기 급급한 느낌이다. 걱정인 것은 히로시마에 유달리 외국인이 많은데 일본이 독일과 같은 전범국가임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지... 그저 피해자로만 바라보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공원 중앙쪽으로 왔더니 조형물 하나와 저 멀리 원폭돔이 보였다.
 

 
원폭희생자 위령비.
 

 
좀 더 자세히 보면 평화의 못, 평화의 불을 거쳐 원폭돔이 일직선상에 보이도록 해놓았다. 원폭돔을 천장으로 감싼듯한 모형이 인상적이다. 앞쪽에는 추모, 헌화, 모금(?)을 할수 있게 되어있었다. 
 

 
평화의 못을 지나 평화의 불까지 와 보았다. 핵무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때까지 꺼지지 않는 불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위령비에서 보면 원폭돔이 불타는 듯이 보인다. 
 

 
뒤를 돌면 정원 넘어 원폭돔이 보인다. 찍고보니 가을 풍경 같네.
 

 
돔쪽으로 조금 더 걷다보면 원폭의 아이의 동상이 나온다. 
 

 
주위는 종이학 여러개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 동상은 원폭으로 인해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소녀와 동시에 원폭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기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 소녀가 죽기 전까지 종이학 천마리를 접으려고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머리 위로 종이학을 들고 있었다. 동상 안쪽에도 종이학이 달린 종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사전조사의 부족함으로 종이 달린건 못보고 이동했다. 찍은 사진을 보니 저렇게 떡하니 보이는데... 사실 목적은 따로 있었으므로 대충 보고 이동했던 것 같다.
 

 
바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실제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난 이후 피해자를 헤아려보니 10프로정도가 한국인이었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대부분이 전쟁때문에 일본에 강제징용 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위령비 자체는 전반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누군가 놔두고간 물과 소주와 과일.
 

 
여기도 원폭의 아이의 동상처럼 종이학으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날씨야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 가끔은 눈과 비가 올텐데 비가 오면 종이학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걸까? 어쨌든 내리쬐는 햇빛에 비해 종이학의 색깔이 지나치게 선명해서 잘 관리가 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곳에서는 나도 묵념을 드렸다. 부디 평안히 잠드시길.
 

 
그리고 위령비 근처에 있던 원폭 공양탑. 신원 미상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고 하며 꼭대기에 공양탑이 있다. 
 

 
평화의 종. 말 그대로 평화를 기원하는 종이다.
 

 
갔을 때 한 중국인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어서 기다렸다가 종을 쳐 보았다. 귀중한 물건이니 너무 세게 치지 말아달라는 경고가 있었는데 너무 살살 쳤더니 종이 쳐지질 않아서 다음은 힘을 좀 줬다. 그랬더니 또 너무 세게 쳐 져서 조금 놀랐다.
 종 바로 뒤쪽에는 모토야스 강이 흐르고 있고
 

 
바로 그 건너편에 원폭 돔이 있다. 실제로 돔 부분은 그 뼈대만 남아있는 처참한 모습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이전 건물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히로시마현 산업 진흥 회관이라고 불렸던 곳에서 160m 떨어진 곳에 폭탄이 떨어졌다고 한다. 외형이 남아있는 정도에 비해 인적 피해는 극심해서 건물 안 사람들은 모두 사망했다.
 

 

 
옆쪽에 벤치가 하나 있어서 잠시 쉬어가며 원폭 돔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여기가 사진이 제일 잘 나온다. 가까이가면 각도가 안나온다.
 

 
자세히 보니 건물 외벽에 크랙이 생겨서 그런 부분은 보수를 한 모양이다.
 
늘 시간이 부족한 여행자이기에 벤치에 잠깐 앉았다가 돔 가까이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려고 이동했다. 가는 길에 히로시마시 평화기념공원 레스트하우스라는 곳 1층에 기념품샵이 보여서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고 들러보았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모미지만쥬를 비롯한 여러가지 기념품을 팔고 있었고 히로시마에서만 파는 히로덴 모형의 토미카가 있어서 2개를 샀다. 
 

 
강에 유람선 같은게 있었다. 글을 적으면서 찾아보니 미야지마로 가는 페리이다. 시간상으로는 여기서 페리를 타는게 가장 빠르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전철이나 히로덴에 비해 비싼 편이다.
 

 
여기는 지나가다가 본 레스토랑이자 카페. 이국적 분위기에 사진을 하나 찍었다. 도쿄 카구라자카의 캐널 카페와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고 적긴 했으나 사실은 캐널카페 드라마로만 본 사람...ㅎ
 

 
돔으로 걸어가던 중 사람이 몰린 곳이 있어 잠깐 가보았다. 구글 지도에 동원 학도 위령탑이라고 적혀있었는데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나와야 하는 구조라 사진만 찍었다.
 

 
그리고 드디어 원폭 돔에 도착했다. 바깥쪽에 울타리를 쳐놔서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있다. 
 

 
멀리서 보는 것보다 좀 더 폐허스러운 느낌이 났다. 
 

 
한바퀴 빙 둘러본 후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원래는 히로시마 미술관과 히로시마 성을 갈 예정이었는데 가는 길에 소고백화점이 보였다. 어차피 백화점도 방문할 예정이었으므로 겸사겸사 들러보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내 발목을 잡은 곳은 세리아. 100엔샵에 아이디어 상품들이 은근히 있어서 한번씩 둘러보는 편인데 주로 다이소를 이용했고 세리아는 처음가봤다.
 

 
귀여웠던 비숑 그릇.
 

 
날 고민에 빠뜨린 고양이 종지들... 결국 그릇은 안샀지만 머리삔과 압축팩, 계란삶을때 구멍내는 바늘을 사서 나왔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루피 일본 진출했다.
 

 
로프트에서 본 크레파스. 이거 나 어릴때도 썼던건데 아직도 나올 줄이야...! 반가워서 언니 보여주려고 찍었다. 이거저거 구경하다보니 시간은 너무 잘갔다. 그런데 막상 살건 별로 없던... 이러다가 하고 싶었던 리스트 중 원폭말고 아무데도 못갈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지하 1층 식품관에서 니시키도의 모미지만쥬를 몇 개 구입 후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소고백화점 바로 근방에 위치한 히로시마 미술관. 히로시마에는 유명(? 미술관이 총 3군데 있는데 시내와는 좀 동떨어진 히로시마 현대미술관 MOCA, 슛케이엔 근처의 히로시마 현립 미술관, 그리고 내가 방문했던 히로시마 미술관 이렇게 세 군데이다. MOCA는 너무 멀어서 포기했고 현립미술관도 가고 싶었지만 일단은 동선상 가까운 히로시마 미술관에 가기로 결정했다.
 
들어가니 기념품샵이 먼저 나왔고 무료락커가 있어서 -  돈을 넣어야하지만 나중에 돌려주는 시스템이다 - 거추장스러운 짐들은 다 넣었다. 입관료는 2000엔이었는데 상설관과 특별관 둘 다 관람할 수 있는 가격이며 아쉽게 별도구매는 안된다. 입관료는 특별관 전시에 따라서 달라지는 모양이다. 특별관에서는 오딜롱 르동의 전시를 하고 있었다.
 

 
상설관 입구. 양옆으로도 동상이 있었다. 패딩을 벗고간터라 추워서 후다닥 들어갔다. 상설관은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었고 가운데 조각상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이제부터 예술 문외한의 감상평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됩니다.
 

 
모네. 암스테르담의 전경. 모네 그림은 늘 따뜻하고 밝은 색채만 본 것 같은데 어두운 느낌이라 신기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파리스의 선택. 르누아르는 류마티스 질환 때문에 노년에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입으로 붓을 물고 그렸다는데 그래서인지 원래 알던 비현실적으로 인형같은 그림보다는 거친 느낌이 들었다. 
 

 
에드가 드가의 목욕하는 여인
 

 
에드가 드가의 붉은 옷을 입은 무용수
 

 
카미유 피사로의 퐁네프. 멀리서 봤더니 되게 자세하게 잘그렸다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붓터치가 이랬다. 멀리서 봤을땐 완벽한 사람의 형상이었는데 싱기싱기.
 

 
제일 좋았던 그림. 폴 시냑의 파리, 퐁네프. 밝고 아름다운 느낌이 좋았다.
 

 
점묘화라 가까이서 보면 붓터치가 이렇다. 수많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완벽한 그림을 이루었다. 알고보니 폴 시냑은 조르주 쇠라의 제자이다. 쇠라의 대표작인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라는 작품은 시카고에서 본 적이 있는데 제자임에도 불구하고 둘의 화풍이 차이가 난다. 어쨌든 이 그림의 색채가 마음에 들어서 사진을 찍어 ㅅㅇ에게 보냈더니 자기가 도쿄에서 봤던 그림 중에 마음에 들었던 거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사진을 보내왔다.

ㅅㅇ가 도쿄에서 봤다는 그림


그것도 폴 시냑 작품이었다. 생트로페 항구. ㅅㅇ 눈썰미가 좋군.
 

 
빈센트 반고흐의 도비니의 정원. 
 

 
반 고흐 특유의 붓터치감이 잘 느껴진다. 고흐는 도비니의 정원을 세 점 그렸는데 한 점은 스위스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에 있고 자세히 보면 잘 모를 정도로 히로시마의 것과 똑 닮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점은 네덜란드 반고흐 미술관에 있는데
 


우연찮게도 작년에 반 고흐 미술관 갔을 때 그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찍어 놓은 사진이 있다. 히로시마나 스위스의 그림과는 다르게 몽글몽글한 느낌을 주었다.
 

 

 
앙리 르 시다네르의 파빌리온. 가까이서 볼땐 그냥 그랬는데 멀리서 보니까 어두운 배경에 비해 꽃이 선명한 느낌이 들며 아름답다고 느꼈다. 멀리서 본 후 점점 가까이 보니 조금 더 입체감이 들었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나무가 있는 풍경. 붓터치가 아주 과감하고 거칠다. 바람이 아주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 그림을 뚫고 전해진다.  
 

 
가까이서 보니 물감을 두텁게 발라서 입체감을 표현한 듯하다.

 
앙리 마티스의 프랑스. 붉은 색채가 강렬하다. 아래에 서과 39 숫자가 남겨져 있는데 이는 작품을 그린 년도이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 방의 초록색 옷을 입은 소녀. 역시나 강렬한 색채를 쓰셨고 아래에는 숫자 47이 쓰여 있었다. 1947년작.

 

 

이제는 파블로 피카소. 모성이라는 작품인데 답지않게(? 정상적인 형태를 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피카소의 또 다른 정상적인 형태(?이다 못해 따뜻함까지 느껴지는 그림. 예술가의 두 살배기 아들 폴과 그의 어린 양이라는 그림이다. 본인의 아들을 그렸는데 역시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은 정상적으로 잘 그렸다고 생각했다...ㅋㅋㅋ 피카소가 가족을 그린 그림들은 큐비즘이 아닌 서정적인 형태가 많다고 한다. 

 

 

이제는 큐비즘이 아주 잘 나타난 그림 되시겠다. 두 손을 모은 여성. 

 

 

다른 작품인 여성의 초상. 그런데 난 정말 큐비즘은 잘 모르겠숴요...

 

 

피카소 그림 보다가 보니 너무너무 예뻤던 그림. 마리 로랑생의 꽃다발을 든 여성. 색조가 너무 아름답다.

 

 

마르크 샤갈의 인스피레이션, 영감. 

 

 

샤갈의 다른 작품인 네 가지 색의 마을 풍경. 빨간색은 열정과 사랑, 파란색은 평화와 침묵, 녹색은 자연과 조화, 노란색은 기쁨과 밝음을 의미한다는데 솔직히 저는 녹색과 빨강은 공동묘지 같아서 조금 무서웠습니다. 예술 알못...

 

 

큰 그림 세 개가 세트로 걸려있던 레오나르도 후지타의 그림. 어후 찾아보니 전범이시네요. 논란이 커지자 프랑스로 귀화하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을 따서 레오나르도 후지타라고 개명했다고 하는데 이름이 아깝다. 반성도 안했다고 한다. 

 

 

그림 볼 때는 후지타에 관해 잘 몰라서 한 점 더 찍었다. 고양이는 귀여우니까...

 

이 그림까지 보고 다른 건물로 이동해서 특별전인 오딜롱 르동의 그림을 봤는데 너무 제스타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초반 작품은 주로 흑백의 목탄화나 석탄화를 그렸던 모양인데 기괴하고 그로스테크하다. 사진은 금지라서 찍지 않았지만 사진 허용이었어도 안찍었을 것 같다. 엄청 세밀하게 잘 그린 그림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눈알이라던가 거미라던가 나로서는 도저히 아름답다고 느껴지지 않는 그림들이었다. 특별전 때문에 입장료가 2000엔이나 했던 것 같은데 대-충 슥슥 보고 나와버렸다. 다른 방으로 이동하니 이후 노년에 들어가며 심경의 변화가 생겨 색채를 취급한 작품이 나왔다. 그때부터는 좀 열심히 봤는데 유화나 파스텔을 이용한 화병의 꽃 작품이 엄청 많았다. 붉은 양귀비를 그린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미술관이 생각보다 재밌고 힐링이 되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 곳을 더 구경을 가자니 애매했고 카페나 가기로 했다. 찍어둔 곳이 여러곳이라 고민하다가 제철 과일 케이크가 맛있다는 호텔 근처의 케이크집으로 가기로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뭔가 애매해서 피크민을 하면서 열심히 걸어갔다.

 

글이 너무 길어져 이후는 3일차 2편에 써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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